Archive | 2010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

오늘은 전부터 벼르던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Angel Investment)이다. 실리콘 밸리를 들여다보면, 엔젤 투자자들이 이 곳의 잘 갖춰진 창업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위크, 그리고 스타트업의 기록을 모으는 YouNoodle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한 740개의 신생 회사는 328,698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벤처 캐피털로부터 $15.2 billion (약 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주: Business Week, 2010년 2월 25일)

한국에 있을 때, 자신을 ‘엔젤 투자자’라고 소개한 사람한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게임빌 창업 직후인 2000년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다가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난 후였는데, 갑자기 내 책상의 전화기가 울렸다. 게임빌에 관심이 있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다니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한테 투자받았다가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안좋아졌다. 사기꾼한테 전화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들로부터의 계속되는 전화를 무시한 후에, 우리는 동양투자증권으로부터 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서는 얼마 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들은 두 엔젤 투자자 Ron Conway와 Mike Maples의 스탠포드대 강연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와 벤처 캐피털이 불을 지펴주는 실리콘 밸리의 잘 갖춰진 창업 환경에 대해서는 이전 블로그, 실리콘밸리의 창업 환경에서 소개한 바가 있고, 또 얼마 전 Mickey Kim(@mickeyk)님이 잘 정리해 주신 Entrepreneur가 성공하는 환경과 문화 만들기라는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투자가, 론 콘웨이

먼저 론 콘웨이 Ron Conway에 대해 잠시만 소개하겠다. 그는 컴퓨터 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훗날 Personal Training Systems라는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 회사를 SmartForce/Skillsoft라는 회사에서 팔았고, 여기서 꽤 많은 돈을 번 것 같다. 그 돈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투자한 회사 상당 수가 크게 성공해서 마이다스의 손이 되었다. 그동안 무려 500개의 실리콘밸리 회사(대부분이 웹 기반 컨텐츠)에 투자했고, 작년에만 70개 이상의 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까지만해도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돈으로만 투자를 했다. 그가 최근에 투자한 회사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Facebook, Twitter, Google, PayPal, TweetDeck 등이 눈에 띈다. 그가 안목을 갖고 투자한 회사들이 앞으로 잘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강연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티나 Tina 교수가 엔젤 투자자인 론과 마이크와 한 대화는 엔젤 투자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엔젤 투자자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론: ‘리스크(위험)를 지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엔젤 투자자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50K~$100K (5천만원~1억)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193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엔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지요.

창업자들이 엔젤 투자자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요?

마이크, 론: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첫째이겠지요. 그 다음은 인맥입니다. 엔젤 투자자들은 대개 인맥이 좋거든요. 즉, 사람들을 찾아줍니다. 사업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찾아줍니다. 세번째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엔젤 투자자들은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좋은 엔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엑싯 옵션 exit option“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xit” 이란 기업의 상장, 대기업 매각 등으로 지분을 가진 투자자 또는 창업자들이 수익을 남기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일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찾아서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찾아오면 뭘 먼저 살펴보나요?

마이크: 우선, 투자액으로 봤을 때 저는 백만 달러(약 12억)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관심있게 봅니다. 제가 5억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투자 받도록 합니다. 둘째, 많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저한테 찾아오는데, 아이디어는 사실 매우 값싸고 흔합니다. 요즘처럼 테스트하는데 돈도 별로 안드는 때에, 만들어 보지도 않고 찾아온다는 건 확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상품을 살 사람들은 고객입니다. 저는 고객도 아닌데 제가 평가할 수 있나요? 고객이 있어야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제안이 몇 개나 들어오고, 그 중 몇개에 투자하고, 그 중 몇 개가 성공하죠?

론: 하루에 약 5개가 들어오고, 그 중 3개가 거절되고 2개가 검토됩니다. 그러면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죠. 맘에 들면 회사를 만나봅니다. 한 달에 약 하나씩 투자하니까, 월 150개 제안서 중에 1개가 투자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년간 125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2, 3개가 록스타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물론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1/3, 1/3, 1/3씩 나누는데, 1/3은 망하고, 1/3은 원금을 돌려주고, 나머지 1/3은 3배, 5배, 10배의 수익을 남깁니다. 여기서 남긴 수익이 나머지 2/3을 충당하죠. 근데, 결국 그 1/3 중 하나가 히트합니다. 그 하나가 나머지 전체 투자액 전체를 책임지고도 남아요. 운좋게 저는 그런 게 매번 하나씩 있었지요. 결국 우리는 그 하나의 ‘히트’를 찾는 겁니다.

실패한 후 되돌아오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겠습니까?

에반 윌리엄스

마이크: 물론이지요. 좋은 예가 한 가지 있어요. 제가 전에 오디오(Odeo)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가 에반 윌리암스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에는 애플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저는 에반을 믿었고, 팟캐스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주일 후에 애플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발표했지요. 몇 달 후에 에반이 돈을 돌려주겠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에 뭐하든지 신경 안쓸테니, 그냥 그 사업에 쓰세요.“. 그러자 에반이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트위터라고…”. “트위터? 이름 재밌는데요? 거기 투자할게요.”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아시겠지요?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겁니다. 저는 그걸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각 안해요. 뭐든지 다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론: 저는 창업자의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창업가는, 사업이 초기 아이디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그걸 알고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투자 안합니다. 저는 이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티나가 질문한다.

티나: 실리콘밸리에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세요. 마크 저커버그를 보세요. 하버드에서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로 왔고, 여기서 성공했습니다. 자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티나: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론: 그럼 사업 시작하지 마세요.
티나: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힘들어요. 유럽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실리콘밸리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최고의 창업가들이 여기 와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정말 성공적은 회사들을 보면 캘리포니아 출신이 만든 경우는 별로 없어요. 다들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경합을 벌이는 거죠.

물론 이 대화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럽, 아시아 등 다른 곳에서도 혁신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날마다 새로운 회사가 생겨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특히 그것이 웹과 관련된 사업인 경우는 다른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실리콘 밸리로 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마크는 처음 하버드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곧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겼고, 여기서 사업을 크게 키워냈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론과 마이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려면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또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면 내용 전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한 축, 엔젤 투자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을까? 통계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링크트인(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

첫째, 과거에 창업을 해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2010년 2월, 비즈니스위크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25명의 엔젤 투자자들을 보자. 이 중 1위인 Chris Dixon은 Skype에 투자했는데, 전에 Hunch의 공동창업자였고, 3위 Reid Hoffman은 LinkedIn을 창업했으며, Mark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를, 7위인 Jeff Bezos는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쇼핑 기업 Amazon.com을 창업했다. 앞서 설명한 Ron Conway도 역시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찰력과 직감을 이용해서 투자 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창업가들과 인맥이 좋기 때문에 이들을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연결해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엔젤 투자자의 프로파일이 아닌가 한다.

둘째, 회사 초기에 참여해서 회사가 상장/매각되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높은 비상장 회사에 취직했다가 회사가 상장하면 입사할 때 받은 주식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심지어 드물게는 수조원의 돈을 벌게 되는데, 이들이 이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일례로, 구글 초기에 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자가 되었다는 기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적이 있다. (“구글의 진짜 힘 – 엔젤 투자자들”)
지난 6년간 구글이 상장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약 50명 정도가 엔젤 투자가가 되어 지금까지 400개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사람만 50명이고, 작은 규모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앞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상장하면서 이런 부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난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대기업 중역 또는 은퇴한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에 전에 일했던 VP는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며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지인 중에 미국의 한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 트위터 초기에 창업자가 투자를 해달라며 찾아왔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수소문해봤으나 아무도 투자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자기만 투자했고 한다. 트위터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그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또, 전에 내가 Menlo Park 장로교회의 성가대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엔지니어, 대기업 임원 등으로 있다가 은퇴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한 후에 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해서 탄생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젤 투자자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몇몇 선구적인 엔젤 투자자들이 물론 있다. 최근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하고, 그 후 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해서 NHN에 350억에 매각한 후 최근 본엔젤스를 공동창업해서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병규 대표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 (@douglasguen)는 대학생들의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왜일까?

태퓰러스 창업자, 바트 디크렘

첫째, 엑싯(Exit: 기업이 매각되거나 상장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의 차이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하여 고객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되면, 즉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레이더에 감지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구글, 야후,… 이들의 공통점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편입시켜 회사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매번 발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거의 한 달에 하나씩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다니는 오라클에서도 회사 인수는 언제나 논의되는 주제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에는 디즈니가 “탭탭 레볼루션”을 만들어 유명해진 아이폰/아이패드 게임 개발사 태퓰러스(Tapulous)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크 크런치(TechCrunch)에서 기사를 읽으면 거의 매일 하나씩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상장보다는 회사 매각이 훨씬 요구조건이 낮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매각이 이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투자액 회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엔젤 투자자들이 더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서 엑싯 모델(exit model)로 기업 매각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장이 되기 전에는 투자액을 회수하기 힘들다. 비상장 주식을 팔 수도 있겠지만,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비록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낮기 때문에 팔기도 힘들 뿐더러 팔아봤자 별로 재미를 못 본다. 한편, 그동안은 대기업들이 가치를 지불하고 뛰어난 기술을 사가기 보다는 복제한 후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따라서 엑싯이 불가능하거나 그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투자 인프라의 차이이다. 엔젤 투자와 벤처캐피털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에서 차이가 있다. 4명의 엔젤 투자자가 5천만원씩 2억을 투자했다고 해 보자. 그 돈으로 회사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창업가와 엔젤 투자자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찾아 나선다. Ron Conway같은 유명한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했다면, 100%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을 받는다. 그 후에 VC들은 A라운드, B라운드, C라운드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과 엔젤과 VC 모두 투자금을 회수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부작용도 있다. 엔젤 투자자와 관계가 좋은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기회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투자를 통해 돈이 활발하게 돌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

셋째, 한국에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창업에 성공한 후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계속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실패한 사람들이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반면, 미국엔 연속적으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위에서 소개한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가 그런 경우고, 유투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는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였고, 이전 블로그에 소개한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도 그렇다. 모두 회사를 만든 후 매각했거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투자를 받고, 회사를 매각하고, 또 회사를 만들고 투자받고, 회사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며 더 크고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어낸다.

엔젤 투자. 나 자신도 최근 2개 회사에 투자했고, 또 다른 2개의 미국 회사에 투자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으면 투자할 생각이다.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한국에서도 기업 인수, 합병, 매각이 활성화될 거고, 그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가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한인 모임인 Bay Area K Group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에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요약한 글을 소개한다. 한국과 미국의 엔젤 투자 환경의 차이에 대해 피부로 느낀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초기기업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느낌: 한국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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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Pulse), 또 하나의 실리콘 밸리 성공 스토리

아이패드용 뉴스리더, Pulse

어제 오랜만에 친구 Andreas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재능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스탠포드대학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던 중 아이폰/아이패드용 Pulse 앱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그 디자인을 자기가 했다고 했다. 하루만에 한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밥먹다 말고 깜짝 놀라서 소리 질렀다. “Wow, I am honored to have lunch with you!” (와, 너랑 점심을 먹다니 영광인걸!)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필수 어플리케이션 Pulse. 아이패드 앱의 가격은 5천원에 달하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전부터 Pulse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먼저 Pulse에 대해 설명하면, 아이패드용으로 처음 개발된 정말 쓰기 편하고 디자인이 예쁜 RSS 리더이다. RSS 리더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앱인데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떤 개념인지 알 수 있다.

출시하자마자 뉴욕타임즈, CNN 등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곧 아이패드 스토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유료 앱이 되었다. $3.99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순식간에 15,000개가 팔렸고, 몇 달 후에는 50,000개가 넘게 팔렸다. 앱 하나당 4달러라고 치면 4달러 x 50,000 = 20만불 (2억 4천만원). 그 중 개발자가 70%를 가져간다고 하면 14만불, 즉 개발자는 몇 달만에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번 셈이다.

창업자 Akshay와 Ankit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22살과 23살의 인도 출신 스탠포드 학생 두 명이다. Akshay Kothari 와 Ankit Gupta이다. Akshay 는 퍼듀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쳤고, Ankit 은 인도에서 IIT 학부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 둘은 Launchpad라는 수업 (이 수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을 듣다가 만났고, 뭔가 재미난 게 없을까 찾던 중 Pulse를 만들게 된다. 제작 기간은 겨우 1달 반. 사실 이 중 Ankit은 우연한 기회에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래 NBC Bay Area 뉴스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뉴스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유명한 이유죠. (중략) 이번에는 구글이나 야후 얘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들이 자신의 앱을 IDEO의 데이빗 켈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략) 데이빗 켈리: 사람들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합니다. Social Value가 있는 것 말이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략) 리포터: 자, 여기 22세의 스탠포드 학생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시지요. Akshay: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서 배우게 될 것이고,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리포터: 2주 후면 그들은 졸업할 것이고, 아이폰 버전을 만들 거라고 합니다.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나에게 NBC 뉴스 출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WWDC 2010 키노트 연설에서, 성공적인 아이패드 앱들을 나열하면서 Pulse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성공의 뒷 배경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고, 스탠포드에서 디자인스쿨을 만든 IDEO의 데이빗 켈리가 있다. 스탠포드에는 d.school이라고,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라는 학교가 있는데 여기에 Launchpad라는 수업이 있다.

Launchpad 수업 마지막에 제품 발표하는 장면

“Design and launch your company into the real world.” (디자인을 해서 당신의 회사를 세상에 만들어 보세요.)

10주동안 진행되는 이 수업의 목적과 방식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10주. 처음 수업 몇 주와 발표에 필요한 몇 주를 제외하면 실제 제품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주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Ankit을 만난 건 이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Ankit과 같은 수업을 듣던 내 친구 Andreas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그 때 Ankit은 수업 과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때는 Pulse를 만들기 전이었으므로 특별한 건 없었고 그냥 똑똑한 스탠포드 학생인가보다 했다. 몇 달 후 그가 유명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정말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예사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고, 전에도 많이 언급했지만, 실리콘 밸리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창업의 꿈을 안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사람들이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있으며, 그런 창업가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 제 3의 Pulse 성공 스토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아래에서 Pulse와 두 창업자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뉴욕타임즈 소개 기사
TechCrunch 소개 기사
Pulse를 만든 회사 Alfonso Labs 홈페이지
Alfonso Labs 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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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그에게서 배우는 교훈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Facebook F8이라는 컨퍼런스가 있었던 날이다. 얼마 전 트위터 이벤트를 했을 때도 그렇고, 요즘엔 이런 행사가 있으면 항상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으로 사무실에 앉아 편안히 볼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 UStreamLiveStream이라는 두 회사가 이 분야를 선두하고 있다. 아래 그림처럼, 지금 이 방송을 몇 명이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피크 때 8000명 정도가 보고 있었다), 또 이걸 보고 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오늘 Facebook 창업자이자 CEO인 Mark Zukerberg가 컨퍼런스에 키노트 스피커로 등장해서 중요한 세 가지 테마를 발표했다. 재방송을 보려면 여기를 방문.

livestream을 이용해서 컨퍼런스를 생중계하는 모습. 이 사람이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Mark)이다.

오늘 발표한 세 가지 새로운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1. Open Graph (오픈 그래프)
  2. Social Plugins (소셜 플러그인)
  3. Graph API (그래프 API)

오늘부터 시작되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서비스 (출처: 페이스북 웹페이지)

이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곧 더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간단하게만 소개하겠다. 주요 요지는, 페이스북의 친구 네트워크와 다른 서비스(Yelp, Pandora, ESPN 등)의 소셜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는 것을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어 활성화시키겠다는 요지이다. 오래전부터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다루어오던 ‘그래프 이론‘을 소셜 네트워크에 접목시켜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 흥미롭다.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내가 한때 즐겨 했던 게임 ‘Doodle Jump‘에는 다음과 같은 기능이 있다.

아이폰 게임 'Doodle Jump'에서 페이스북 친구들의 하이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

즉, 페이스북 계정을 입력하고 로긴을 하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랜덤한 점수가 아니라, 페이스북에 있는 ‘내 친구들’의 스코어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Zynga가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는데, 어쨌든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획기적으로 쉽게 만들어 많은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오늘 발표의 골자이다.

내가 처음에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그의 복장이다. 한 달에 5억명이 방문하고, 매출이 3억 달러 (3천여억원), 그리고 직원 수 1200명인 회사의 CEO 치고는 참 캐주얼하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청바지에 모자티라니. 하긴 스티브 잡스도 그 나이에도 항상 청바지에 폴라티 하나를 입고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모자티를 입으니 너무 어려보여 귀엽기까지 하다(실제로 어리지만). 방송을 보고 있는데 누가 “마크가 오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상당히 갖추어 입었네요.” 라고 코멘트를 날려 씩 웃음이 나왔다.

Mark의 키노트 연설 장면

이런 귀여운(?) 모자티를 입고 있다. 오늘 발표를 위해 주의 깊게 고른 의상일텐데...

현재 25살. 조금 후 5월 14일이면 26살 생일을 맞는 Mark를 보며 예전에 들었던 podcast가 생각이 났다. 내가 운전할 때마다 즐겨 듣는 스탠포드의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시리즈인데, 그 중 하나가 2005년 10월 26일에 있었던 당시 20살이던 Mark Zukerberg와 Facebook에 투자했던 Accel Ventures의 Jim Breyer와의 대화이다. 제목은 “하버드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은 마크가 18살이던 2004년에 시작되었으므로, 창업한 지 약 1년 반 후의 일이다. Jim이 Mark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인데, Jim이 재미난 일화를 한 가지 소개했다.

보통 창업가들 만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와인을 주문할 수가 없었지요. 근데 Mark는 당시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나이였거든요. 하지만 스프라이트가 아주 맛있었지요. 하하하하.

당시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Mark는 아직 20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업에 대한 철학이 있었고, 조직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었으며, 인터넷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몇 가지 대화를 여기에 소개한다.

Jim: Facebook을 왜 만들었나요?

Mark: 그냥.. 없길래 만들었어요. 왜 이런 게 아직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졸업 앨범 같은 것 말이에요. 온라인으로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기숙사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간단하고 짧은 답변이지만, 나는 이것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왜 사업을 시작했는가? 라는 질문에 많은 성공한 창업가들은 “내가 불편해서”, “이러이러한 게 세상에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창업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많이 등장하는 테마 중 하나이다. Youtube의 창업자인 Chad Hurley는 저녁 파티에서 찍은 비디오를 친구들과 공유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유투브를 만들었다고 했고[], 앞서 블로그에서 소개한 Mint.com 창업자인 Aaron Patzer도 자신의 자산 관리를 하다가 불편해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Invisalign (투명 교정)의 창업자인 Zia Chishti는 자기가 어렸을 때 교정을 했었는데 너무 불편함을 느껴서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투명 교정 기술을 개발했고[], 얼마 전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Netflix 창업자 Reed Hastings는 어느날 비디오를 빌렸다가 늦게 반납했는데 연체료를 너무 많이 물고 나니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외 불편(Customer Pain)을 해소해서 성공한 회사들의 더 많은 예는 이전에 썼던 블로그 “소비자 불편을 해소해서 성공한 제품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쨌든, 마크는 원래 하버드 학생들만을 위해서 이걸 만들었는데 (처음엔 하버드 대학의 이메일 주소가 있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의 절반이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학교에서도 이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예일 대 등 몇 개 학교에 추가로 가입을 허용했고, 가입자 수는 순식간에 늘어났다. 곧이어 서비스를 더 많은 대학으로 확대했고, 나중에는 고등학교에도 가입을 허용했다. 마크에게 있었던 잠재적인 욕구가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람들에게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Jim의 또 다른 질문.

Jim: 지금까지 스탠포드 학생들을 많이 채용해 왔는데, 사람을 채용할 때는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나요?

Mark: 첫째는, 지능 (raw intelligence) 입니다. 10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필요한 걸 금방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은 순식간에 필요한 걸 다 배운 후, 결국은 10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냅니다. 둘째는, 우리가 하려는 것과 얼마나 잘 맞는지(alignment with what we are trying to do)입니다. 똑똑하고,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비전을 믿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하지 않지요.

이 말도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내가 전에 게임빌에 있을 때 엔지니어를 채용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기도 하다. 똑똑한 사람은 처음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내지 못하는 문제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내고, 경쟁자들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비전이 일치하는 것 역시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회사에 있으면서 그 회사의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고 제품의 비전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념에 맞게 조직을 바꾸어 나가든지, 아니면 그 조직을 떠나 자신의 비전과 일치하는 곳을 찾는 것이 개인과 회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Jim: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측정했지요? 어떤 숫자를 가장 주의 깊게 보았나요?

Mark: 재방문률이 제일 중요했어요. 즉, 유저들이 일주일 이내, 한달 이내에 다시 방문하는 비율이 무엇인가. 거의 그것 하나만 본 것 같아요. 그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그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는 것을 뜻하거든요.

사업할 때 많은 경우에 “유저 수”를 중점적으로 본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고객 수는 얼마인가, 우리 사이트의 가입자 수는 얼마인가. 이것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생각하고 매주 월요일 회의 때 보고하면서 어떻게 하면 유저 수를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나도 그랬다. 그것이 가장 측정하기 쉬워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크는 사용자 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시 방문하는가, 한 달 이내에 사이트를 방문하는 비율은 무엇인가에 가장 집중했다. 간단하지만, 나는 이것이 오늘날의 많은 회사들이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중요한 생각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 4년 반동안 페이스북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사이트를 다시 방문하고 또 방문하도록 만들었고, 오늘날 나 자신, 그리고 내 친구들 대부분이 적어도 일주일에 꼭 한 번은 페이스북을 방문한다. 다음은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질문과 답변이다.

Jim: 과연 페이스북이 뭐지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전에도 비슷한 회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왜 그런 회사들은 Facebook 만큼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Mark: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아닙니다. 사실 저는 페이스북이 유틸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그런 것. 친구, 아끼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전에 나왔던 사이트들과는 달랐지요. Friendster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라고 생각하고, Myspace는… 정말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에서 유틸리티(Utility)가 무엇을 뜻하는지 먼저 설명하겠다. 한국어에서 주로 쓰는 “작은 도구”라는 뜻이 아니다. 미국에 유틸리티 요금(Utility Bill)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전화요금,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을 의미한다. 즉, 마크는 페이스북을 전기나 수도와 같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항상 사용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통찰력이다. 그로부터 4년 반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페이스북은 ‘유틸리티’가 되었다. 마치 전화와 같이, 나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나의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런 필수품 말이다. 그리고 이 페이스북이라는 ‘유틸리티’는, 마치 전기의 발명이 산업의 혁신을 가져왔듯, 인터넷에서의 혁신을 가져왔고, Zynga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탄생을 야기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인터넷에서 제 2의 혁신을 가져 올 “오픈 그래프”라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오늘 페이스북 컨퍼런스의 키노트 연설에서 Mark가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제 여자친구는 지금 의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누가 수업에 와서 이렇게 물어봤대요. “여러분 중에, 어린 시절에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을 본 기억이 있나요?” 그러자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자기만의 어린 시절 경험을 나누더랍니다. 똑같은 질문을 법대에 가서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손드는 사람이 없었대요. 그래서 대신, “이 중에 어린 시절에 공평과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묻자 모두 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어렸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항상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누구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며 자랐습니다.

세상은 훨씬 좋아질 수 있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World can be a lot better, and we will make it that way.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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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이 진짜 마케팅

미국은 인터넷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부유한 나라이지만 이런 데서는 뒤쳐져있다. 한국에서 “광랜” 같은 빠른 인터넷을 즐기다가 미국에 도착하면 오면 처음엔 기술 후진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역시 한국이 최고구나, 미국은 선진국이라 뻐기지만 이런 데서는 한참 뒤져 있구나’ 하며 으쓱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면 Gmail에서 쓰기 시작해서 유명해진 Ajax (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 기술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빨랐다면 굳이 연구에 연구를 해서 탄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우리나라 웹사이트 중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즉, ‘환경의 제약’이 ‘기술의 혁신’을 불러 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해 보겠다.)

구글이 약 한달 전 (2월 10일) 재미난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은) 계획을 발표했었다. 즉, 인터넷 망 속도가 전체적으로 느린 미국에서 기존보다 100배 빠른 광통신을 깔아보겠다는 것이다. 기존 경쟁자와 비슷한 가격으로, 50,000명 정도에게 먼저 제공을 해보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얼핏 보면 구글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인터넷 망 사업에 진출하겠다니 생뚱맞지 않은가? 이런 일을 왜 하려고 할까? 그들이 밝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Next generation apps: We want to see what developers and users can do with ultra high-speeds, whether it’s creating new bandwidth-intensive “killer apps” and services, or other uses we can’t yet imagine.
* New deployment techniques: We’ll test new ways to build fiber networks, and to help inform and support deployments elsewhere, we’ll share key lessons learned with the world.
* Openness and choice: We’ll operate an “open access” network, giving users the choice of multiple service providers. And consistent with our past advocacy, we’ll manage our network in an open, non-discriminatory and transparent way.

간략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application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 제공
* 광통신을 설치하는 새로운 기법 연구
* Open access: 현재 미국 인터넷 케이블망은 지역별로 할당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Comcast에서 제공하는 케이블 망과 AT&T에서 제공하는 ADSL 망이 유일한 두 가지 인터넷 연결 채널이라 가격이나 품질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글이 이걸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다음 세대 킬러 앱(killer app)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인지, 앞으로 그런 게 탄생하려면 빠른 인터넷 속도가 도움이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서 관심 있는 지역 사회, 지역 정부 등은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났다. 어제 (3월 26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600개의 지역 사회가 지원을 한 것을 비롯해서 총 190,000건의 요청이 들어왔다. 아래 도표는 어디서 응답이 왔는지 보여준다. 작은 원은 지역 정부의 요청이 들어온 곳을 표시하고, 큰 원은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곳을 표시한다.

출처: http://www.google.com/appserve/fiberrfi

Google 광케이블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심지어 비디오를 만들어 Youtube에 올린 곳도 있는데, 너무 재미있으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노래까지 만들었는데 멜로디가 상당히 좋다.

위 동영상에서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Because of you there is no limit to all the things that i can do. Now that I find you thank you, Google fiber.” (당신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없어요. 이제 당신이 고맙다는 걸 알겠어요. 고마워요, 구글 파이버)

또다른 Youtube 비디오가 있다. 이번엔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그래도 묘한 매력이 있다.

참 재미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듯이, 회사가 사람들에게 수천, 수억원의 광고비와 영업비를 써 사며 “우리 제품을 써주세요. 자, 우리 제품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러이러한 기능을 갖추었으며 경쟁사 제품보다 값은 더 저렴할 뿐더러 브랜드 인지도도 높으며…”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재 고객이 “우리한테 와주세요. 플리즈. 우리는 더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더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우리 동네에 설치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니 말이다.

구글의 이번 성공을 요약하며 쓴 블로그에서 나는 다음 문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Of course, we’re not going to be able to build in every interested community — our plan is to reach a total of at least 50,000 and potentially up to 500,000 people with this experiment. Wherever we decide to build, we hope to learn lessons that will help improve Internet access everywhere.

물론, 우리 계획에 관심을 보이는 모든 커뮤니티에 설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적어도 50,000개의 커뮤니티에 설치해서 최대 500,000명에게 서비스를 해보는 것입니다. 어디다 짓게 되든지, 거기서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것이 미국 전역의 인터넷 접속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 저곳에 일단 지은 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고객을 늘려나가겠다는 접근법이 아니다. 실험적으로 몇 지역을 선정하여 설치하고 난 후, 거기서 교훈을 배운 후에 더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가진 돈이라면 (구글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2009년 9월 30일 기준으로 $22 billion, 약 25조였다. []), 먼저 거액의 돈을 들여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고 여러가지 리서치를 통해 위치를 선정하고, 그 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백억을 써서 TV광고를 하며 가입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게 대부분의 회사가 쓰는 방법이고 오랫동안 검증이 되어 온 방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블로그를 통해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취지를 설명한 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고객이 아닌, 관객을 모았다. 보통의 방법이라면 수십, 수백억이 들었을 일을 돈 한 푼 안들이고 이뤄낸 것이다. 들인 돈이라고는 블로그에 글 한 편 쓰기 위해 들인 시간 비용이 다라고 할 정도이다.

James Kelly, Product Manager at Google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구글’이라는 추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구글에 입사해서 일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게 일을 하는가이다. 그 중 한 명이 Google의 Product Manager인 James Kelly인데,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이렇게 쉽게 프로필을 찾을 수 있어서 나는 LinkedIn을 자주 이용한다), 구글에 입사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구글의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이정도도 나름대로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LinkedIn에서,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Product manager, engineer and technologist experienced in optical, broadband, and internet technologies, access, core and cloud networks. A 14 year career in high tech spanning a global Telco carrier (BT), a start-up service provider (Adevia), international and domestic business at a silicon valley technology vendor (Terawave) and global internet service and search (Google).

즉, British Telecom이라는 글로벌 텔레콤회사, Adevia라는 벤처, Terawave라는 벤더에서 일하면서 이 분야에 14년 경력을 쌓아 온 후 Google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람이 이 제품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나갈 지 기대가 된다.

많은 회사들이 고객에 초점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을까 고민하면서 오늘도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필요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고객을 ‘고객’이 아닌 ‘관객’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제품을 끼워 팔고, 제품을 한 번 사면 2년간 묶어 두고… 이것은 고객을 모으는 행위이다. 연주자 또는 성악가가 관객을 모을 때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감성적 가치를 제공해야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주자는 다음 공연을 정성으로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알릴 것이다. 또한 그들과 1:1로 소통하기 위하여 순회 공연을 하고 팬 사인회 등을 할 것이다. 공연에 감동한 관객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 친구들, 가족들에게 자신이 받은 감동을 나눈다. 그러면 또 새로운 관객이 생겨난다. 마치 트위터에서 RT를 받으면 그만큼 follower 수가 늘어나듯이 말이다.

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 그것이 진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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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블록버스터(Blockbuster)넷플릭스(Netflix). 이 두 회사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화를 대여해서 돈을 버는 회사라는 것. 차이점은 뭘까? 하나는 전통적인 모델을 고수하다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다른 회사는 혁신을 일으키며 연일 주가를 상승시켜가고 있다는 것.

아래 주가 변동 그래프를 보자(주: Google Finance). 2005년 중반부터 넷플릭스 주가가 200%상승하는 동안 블록버스터 주가는 95%가 하락했다. 2010년 3월 1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주가는 70.7달러 (시가 총액: $3.8B. 그리고 2011년 7월 24일 현재 주가는 277달러이고, 시가 총액은 무려 $14.63B, 즉 약 15조원이다), 끝없이 주가가 추락해서 주가가 0.32달러 (시가 총액: $61.6M, 약 700억원)로 내려앉았다. 블록버스터는 2009년 4분기에만 무려 $435M의 손실을 내었고,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의 주가 비교 그래프 (2010년 3월 19일 기준)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회사 아이템? 본사 위치? CEO의 자질? 브랜드 로열티?

이런 케이스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Disruptive Innovation (파괴적 혁신).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 나오는 “Disruptive Innovation“라는 단어만큼 신생 회사의 눈분신 성장을 더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파괴적 혁신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저비용/저가격으로 눈에 안띄게 등장했지만 주류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기존 기술을 이기고 결국 승자가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두 회사를 분석하기 전에 두 회사에 대해 조금만 소개를 해 보자. 먼저 블록버스터는 쉽게 생각하면 ‘비디오 대여점’이다. 1985년에 창업되었으며, 현재 25개의 나라에 9000개 (미국에 3750개)의 대여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디오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DVD, 게임 CD, 게임 DVD등을 대여해주며 돈을 받고 있는데, 대여기간에 따라 돈을 내고, 나중에 약속한 기한이 지나서 반납하면 꽤 큰 연체료를 물게 되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걸어가서, 혹은 시장 보고 돌아오다가 비디오를 빌려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전역 구석구석에 매장을 개설했다. 거의 맥도널드 보듯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매장도 깔끔하고 초대형인데다 말그대로 “블록버스터”급 비디오는 대량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영화가 DVD로 출시되면 블록버스터에서 거의 항상 대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거의 독식하면서 정말 잘 나가던 회사였다. 1998년에 넷플릭스라는 작은 회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호주의 한 블록버스터 매장

보스턴 출신의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는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라는 회사를 세워 직원이 640명에 달하는 회사로 키웠으나 인수 합병과 관련한 골치 아픈 문제를 겪은 후, 여전히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던 1998년에 “온라인 비디오 대여”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 넷플릭스는 10만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4월 현재 2천 4백만명의 유료 회원을 가지고 있다(). 퓨어 소프트웨어를 매각한 후 비디오를 하나 빌려 봤는데,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 가입하면 비디오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자” 했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창업자 자신도 이게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단다. 비디오는 빌리는 건당 돈을 내는 것이 너무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월정액을 내면서 비디오를 배송받는 생소한 개념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No Late Fee (연체료 없음)”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 초기의 강력한 성공을 불러 온 개념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연체료를 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특히 미국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연체 한 번으로 DVD를 하나 살 만큼의 돈을 낸 사람은 아마 평생 그 고통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 그러나 블록버스터같은 대여점은 연체를 봐줄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를 65 달러를 내고 사거나 스튜디오와 수익을 나누는데, 특히 블록버스터급 비디오가 빨리 돌지 않으면 큰 손실을 면할 수 없다. 지역별로 차이가 심해 한 도시에서는 비디오가 남아도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없어서 대여를 못 해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는데다 월 사용료를 받으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오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용자에게 공짜는 아니다. 비디오를 돌려주지 않으면 새로운 비디오를 빌릴 수가 없으므로 (한 번에 몇 개씩 빌릴 수 있는지는 월정액 액수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넷플릭스에 돈은 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니까 수요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비디오 하나가 한 집에서 오랫동안 있더라도 블록버스터에 비해 덜 손해를 보게 된다.

사업이 성공하기 시작한 후 넷플릭스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포장과 배송의 혁신이다. DVD의 장점은 부피가 작다는 것이다. 소포가 아니라 우체통 안에 쉽게 들어가는데다 무게도 가볍고 파손 위험도 적다. 넷플릭스에서 비디오를 빌리면 DVD가 든 작은 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이게 동시에 DVD를 반납하는 봉투가 된다. 비디오를 다 본 후에는 여기다 넣어서 집 근처 우체통 아무 곳에나 넣으면 그만이다. 넷플릭스는 우체국과 딜을 해서 배송료를 혁신적으로 낮추어서 비용을 절감했고, 또한 배송 속도를 높여 사용자 만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그 날 또는 다음 날이면 비디오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날아오고, 하루가 더 지나면 내가 큐에 넣어 둔 새 DVD가 집에 도착한다. 겨우 이틀만 기다리면 다음 비디오가 오니까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차피 영화를 매일 볼 수도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앞서 설명했듯이 3개를 한꺼번에 빌리는 플랜으로 가입하면 된다. 그러면 항상 집에 3개의 DVD가 존재하게 된다.

넷플릭스 포장 봉투

둘째는 물류의 혁신. 지역마다 넷플릭스 물류 센터가 있다. 이 물류 센터의 주소는 봉투에 새겨져 있다. 우체국에서는 알아서 가장 가까운 시설로 배송한다. 이곳에서는 비디오가 도착하면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회원에게 도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고, 즉시 다음 큐에 있는 비디오를 찾아서 배송한다. 보통 인기 있는 DVD는 미처 창고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한 회원에서 즉시 다음 회원으로 옮겨지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해당 물류 센터에 해당 DVD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물류 센터에 연락이 되서 그 곳에서 발송이 된다.

로스 알토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셋째, 넷플릭스에는 ‘무제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있다.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만 개가 넘는(계속 늘어나고 있다)의 다소 오래된 타이틀은 언제든지 컴퓨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DVD 대여가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항상 넷플릭스를 그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옛날 영화이고 화질이나 음질이 다소 안좋아도 괜찮다면 스트리밍으로 보는 거고, 더 좋은 화질을 원한다면 DVD를 대여하면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옵션이 다 존재하니 굳이 멤버십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추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 회원에 가입하면 다음과 같은 메뉴를 볼 수 있다.

주로 유명한 영화들을 위주로 타이틀이 보이고, 내가 별점을 매긴다. 재미있었던 영화는 별 다섯 개. 영 꽝인 영화는 별 0개. 이런 식으로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 는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걸 토대로 내가 어떤 영화를 재미있어할 지 추천할 수 있다. 아래는 넷플릭스가 나를 위해 추천해준 영화 목록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좋아할 지 어떻게 알까?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고르는 걸까? 넷플릭스 의 추천 알고리즘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워낙 재미있는 개념이므로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잠시 설명을 해 보겠다. Brian 과 Chris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Brian은 A, B,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E, F 영화에는 별을 한 개 주었다.
Chris는 A,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F에 별을 두 개 주었다.

자, 이제 Chris를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면 좋을까? 일단 B가 유력하다. Brian이 비슷한 비디오를 보고 비숫하게 평점을 매긴 걸 봐서 Brian과 Chris는 영화에 대한 취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Chris에게 B를 추천해주면 Chris가 보고 좋아할까?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hris가 영화를 보고 B에 대해 평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또 배우게 된다. Chris가 B를 싫어했다면, 또 그런 패턴을 가진 사람을 새로 찾아내면 된다. 회원이 천만 명이니 비슷한 취향의 사람은 또 나오게 마련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것이 넷플릭스의 중요한 네 가지 성공 비결이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을 이루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뭘 했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넷플릭스가 자신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는 신작 DVD를 대량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게임 대여 사업을 했다. 그러나 트렌드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고, 게임은 Xbox Live 등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에서야 ‘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남의 것을 따라한다고 자기도 성공할 리가 없다. 넷플릭스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블록버스터는 $4.1M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넷플릭스보다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넣었다. 즉, 온라인으로 빌린 영화를 대여점에 갖다 주면 뭐든 원하는 영화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좋은데 실행력이 받쳐 주질 못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옛날 영화를 빌린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최신 영화로 바꿔오고… 이런 게 누적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최신 영화를 끝없이 사야 했고… 넷플릭스만큼 훌륭한 물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를 따라해보려 하다가 결국 돈만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부터는 레드박스(Redbox)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편의점에에 자동 DVD 대여기를 설치해서 사업하는 회사인데 개념이 재미있어서 나도 몇 번 써봤다. 매장도 필요없고 사람도 필요없는 low cost 사업모델이므로 DVD 한 편 대여료는 고작 $1밖에 안된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하려면 약 $5가 든다. 블록버스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익스프레스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12월에. 이미 편의점에는 레드박스의 기계가 다 깔려 있는데 블록버스터가 과연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한편, 블록버스터 는 2005년에 “연체료 무료”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보면 연체료가 쌓이고, 연체료가 DVD 구매가격보다 높아지면 DVD를 소유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반대를 샀고, 무려 48개 주에서 소송을 당했다. 여기 저기서 깨지면서 결국 블록버스터는 변호사 비용으로 $9.25M (100억)을 지출했고, 연체료를 환급금으로 약 $100M (천억여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미국에 3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한때 랜드마크가 되었던 회사인데, 블록버스터는 지난 10년간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이렇게 망하는 건 필연적이었을까? 물론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기회는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자꾸 내리면서 회사가 내리막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회사에서 빠져나갔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필연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바로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서 클레이튼(Clayton)이 주장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기존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로 돈을 버는 회사가 굳이 온라인 회사로 전향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게 되면 기존 고객에게 잘 서비스하지 못하게 되므로 블록버스터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 구글이 야후를 이기고,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고, 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강력한 맞수로 등장하고… 다윗처럼 작은 신생 회사가 골리앗같은 기존 거대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그만큼 많은 배울 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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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이 가진 파워

미국 와서 정말 생각이 바뀐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인도인들을 보는 시각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 개발자를 찾던 중 인도인 개발자를 고용해보면 어떨까 했던 적이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말이 안통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 채용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인들은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인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또 숫자에 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이 빠지면 모든 것이 정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대단한 제품을 만든다며 감탄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도 결국 회사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제품을 개발하는 핵심 인재들은 인도인들인 경우가 많다.

인도인들의 단체 중 TiE라는 것이 있다.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지부를 둔 인도인 사업가/투자가들의 모임인데, 워낙 재정이 많고 파워가 세서, 심지어 워싱턴 DC에서 거액의 연봉을 주고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H-1B Visa (한 해 발급 수가 50,000개로 제한된 취업 비자) 혜택이 특별히 인도인들에게 많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Wikipedia 에서 통계를 보면, 인도에서 전체 H-1B 쿼터의 25% 이상을 매년 가져간다.

그 뿐이 아니다. 아래 테이블을 보면 인도 회사들이 엄청난 숫자의 H-1B 비자 신청을 하고, 또 받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에 H-1B Visa를 받아 간 Top 10회사 중 무려 7개 회사가 인도에 본사를 둔 IT 회사들이다.

인도인들이 미국에서 파워 집단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보는 생각한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미국 문화에 친숙하다.

인도는 오랫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이다. 영국의 시스템이 그대로 심어져 있고, 많은 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영국 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깊게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미국에 와서 느끼는 이질감이 적고, 한편으로 미국 사람들이 인도인에 대해서 느끼는 이질감도 크지 않은 것 같다.

2. 미국 내에 똑똑한 인도인들이 많고 대부분이 공학을 전공했다.

인도에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학교가 있다. MIT를 본따 만든 곳인데, 11.7억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 매년 단 8,000명만 입학할 수 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인도에서는 그렇게 희귀한 IIT 출신들을 여기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도 12명 중 두 명이 IIT 출신이다.). 인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IIT 졸업자들을 미국으로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 온 사람들은 명문대에서 석, 박사를 마치고 하이테크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Sun Microsystems를 창업한 Vinod Khosla이다. 그외에도 Novell의 CTO Kanwal Rekhi, Cirrus Logic을 창업한 Suhas S. Patil 등 수없이 많다. 인도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인도의 학생들은 공대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졸업 후 연봉도 높은데다 미국에서 취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이 붐인 때엔 더더욱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3. 창업가 정신이 강하다.

어디서 나온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 사람들 만나면서 창업 정신이 넘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주변 분위기 때문일까? 창업하는 회사에서 인도 사람들을 데려가려고도 많이 하고, 스스로도 창업해서 뭔가 해보겠다며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한 인도인 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두 가지 이유가 생각난다고 했다. 첫째는 인도에 산업이 없다는 것이다. 즉, 번듯하게 다닐만한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상공업 (mom and pop shop)이 인기가 있다. 자기 아버지가 조그마한 샵을 경영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고, 성장하면서 회사 취직보다는 자기도 그런 걸 만들어서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논리이다. 두 번째는 유전자에 ‘창업 정신’이 박혀 있다고 한다. 내가 그런 게 어딨냐고 반박하니, 인도 출신중에 미국 동부,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 등에 가서 사업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엄청 많다며 자기 생각엔 유전자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는 안하지만, 정말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만큼 인도 출신 사업가가 많은 건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TiE의 존재도 인도의 창업 정신을 부추기는 큰 힘인 것은 분명하다.

4. 졸업 후 미국에 남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는 Wall Street Journal 기사에 나온 그래프이다.

2002년에 미국에서 과학, 공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2007년에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는 숫자를 센 것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41퍼센트가 5년 후까지 미국에 남아있는 것에 반해 인도는 615명 졸업생 중 무려 81퍼센트가 5년 후에도 미국에 남아 있다.

5. 영어를 잘한다.

영어가 공용어인 덕에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 한다. 억양 이상하고 발음 이상하지만 영어는 진짜 잘한다. 말하기 뿐 아니라 글쓰기도 잘한다. 인도에 수십가지 언어가 있기 때문에 인도사람들 끼리도 힌디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잘하니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남들을 관리하는 것도 잘 하고, 그래서 중국, 한국 엔지니어들과 똑같이 출발해도 더 빨리 윗자리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리더십의 근본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므로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 태어난 후 미국에 건너 와서 성공한 인도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실리콘 밸리의 거물 세 사람만 여기에 소개한다.

Shantanu Narayen, CEO of Adobe(어도비)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 주요 행사 때 Adobe를 대표해서 발표하는 사람은 CTO인 Kevin Lynch이다. 그렇다면 Adobe의 CEO는 누굴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인도 사람이 CEO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기술 위주의 회사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인도 사람이 CEO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인도 한 가운데 위치한 Hyderabad에서 미국 문학을 가르치는 어머니와 플라스틱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도에 있는 오스마니아(Osmania)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오하이오에 있는 미국 보울링 그린 주립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으로 유학왔다. 미국 내 순위 152의 학교이니 명문대라고 볼 수 없는 학교이다. 애플에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 후 실리콘 그래픽스(Silicon Graphics)에서 일했다. 픽트라(Pictra)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1993년에 버클리에서 MBA를 마친 후에 1998년에 product research의 VP(부사장)로 Adobe에 입사했다. 그 후 승진을 통해, 2007년에 43세의 나이로 연매출 3.8조에 직원 8000여명을 고용한 회사, Adobe의 CEO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현재 그의 연봉은 $875,000, 즉 9억원 정도이다.

Sanjay Jha, CEO of Motorola(모토롤라)
인도 동쪽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영국 리버풀(Liverpool)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코틀랜드의 University of Strathclyd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과 샌디에고(San Diego)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94년에 퀄컴(Qualcomm)에 조인했고, 들어간 지 4년만에 SVP(senior vice president of engineering)로 승진했고, 2006년에는 COO가 되었다. 들은 얘기로는 퀄컴 내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일으키는, 파워가 아주 강한 임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꺼져가는 모토롤라의 등불을 살리기 위해 모토롤라에서 그를 CEO로 영입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여원)이며, 주식 등을 포함해서 모토롤라에서 총 $100 million (1100억원) 정도를 보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모토롤라의 드로이드(Droid) 폰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감이 넘쳤고, 모토롤라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Thomas Kurian, EVP of Oracle(오라클)
썬 마이크로시스템이 오라클에 합병되면서 우리 팀이 이 사람이 담당하는 그룹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오라클에서 무려 직원 2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나이는 42세인데, 매출 25조원 회사의 EVP라니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CNET에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 태어나 쌍둥이 남동생 둘과 함께 단돈 400불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왔다. 공부하며 일하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미국 최고 명문대학인 프린스턴(Princeton) 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 학비를 조달하면서도 수업은 최대한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스탠포드에서 MBA를 마쳤다. 맥킨지에 입사해서 런던, 브뤼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한 후 오라클에 입사했고, 지금은 오라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정확한 연봉은 모르겠지만, CEO인 Larry Ellison의 연봉이 $63 million (700억원)임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인도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인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가진 재산과 영향력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학군이 좋다는 도시(Sunnyvale, Fremont, Cupertino)에 가보면 인도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살고 있다. 미국에서 인도인의 역할이 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한 곳, 이곳은 실리콘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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