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범(www.facebook.com/ybjoe, @benjaminjoe), 그의 또 다른 이름은 Benjamin Joe(벤자민 조)이다. 밸리인사이드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그를 선택한 것은, 그의 삶을 통해 필자가 많은 것을 배웠고,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할 가치 있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알려질 인물이기에 여기서 발굴해서 알리고 싶었다.
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팔로 알토의 페이스북 본사 사무실에서 하워드님과 함께 그를 만났다. 한 바퀴 돌며 페이스북 사무실을 구경했는데, 칸막이 없이 뻥 뚫린 책상 배치와, 스타트업 분위기를 내기 위해 천장을 없애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첫 회사 생활을 IBM에서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교를 제외한 첫 사회 경력은 대학 1학년 때 친구와 만든 LuxforLess라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IBM에서 약 5년간 일하다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에 진학했고, 벤처캐피털과 페이스북에서 여름 인턴십을 하고 MBA를 마친 후에 맥킨지 실리콘밸리 오피스에서 근무했다. 2년간의 컨설팅 경력 후에 지금 일하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그의 현재 직함은 글로벌 고객 마케팅 전략팀장 (Strategist, Global Customer Marketing)이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페이스북의 한 회의실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재 페이스북에 하는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저는 현재 페이스북의 마케팅 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특히 테크놀러지 관련 회사와 아마존과 같은 e-commerce 회사들을 위한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의 social commerce 관련 비젼을 수립하고 관련 파트너사들을 발굴하고 협업하는 일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원래 IBM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서 경력을 쌓아가다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왜 MBA를 선택하게 되었는지요?
당시 IBM 에서의 회사생활이 즐겁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도 좋아서 회사를 떠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아내의 권유와 주위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시장에서 일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하기에,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비즈니스 스쿨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합격을 했네요? (웃음) 비결이 뭔가요? 지금 돌이켜봤을 때, 당시 학교 입학 담당자가 조용범씨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했던 것일까요?
운이 좋았지요. (웃음) 유학을 도피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훌륭한 분들에게 좋은 추천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떠나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을 권유해서 추천서를 받아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독려하면서 추천서를 써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에세이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대부분 지원자분들이 1-2개월에 걸쳐 쓴다고 들었어요. 전 거의 6개월 넘게 에세이를 썼죠. 그러다 보니 제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발전해 나가야할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고 그걸 에세이에 표현할 수 있었어요. 아마 학교에서 그런 면을 좋게 봐준것이 아닐까요?
MBA 1학년 인턴십으로 벤처캐피털을 선택했는데, 왜 벤처캐피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요?
제가 MBA 진학할 때, 하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VC(벤처캐피털)이었고, 또 하나는 컨설팅이었습니다. 제가 IBM에 있을 때 영업 일을 했었어요. 영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전쟁터에 최전선에 서서 전술을 실행하는 일과 같습니다. 그런 일을 하다보니, 이번에는 한 발짝 떨어져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며 전략을 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기술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VC에서 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있구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MBA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는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선망하는 회사인 맥킨지의 실리콘밸리 오피스에 취직을 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저는 남들만큼 똑똑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을 남들보다 더 많이 합니다. 컨설팅 준비하는 동안에, 맥킨지 실리콘밸리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매주 이메일을 보내며 조언을 구했고, 커피 마시자고 말하면 보스턴에서 여기까지 날아와서 식사를 하기도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마다 조용범씨 너무 샤프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그러던데요?
아, 그 분들은 저를 아직 잘 모르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웃음)
뭔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목표를 확실히 정한 후 집중해서 그것을 추구해왔던 것이 오늘날에 이르게 한 것 같군요.
주변을 살펴보면, ‘이것이 하고 싶다’, ‘저것이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정말 하고 싶다면 엄청난 노력을 들일 것이 분명하거든요. 말로만 이야기하며 행동이 따르지 못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남들이 보면 너무 시간 낭비한다거나 너무 집중한다싶을 정도로 몰입하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맥킨지 인터뷰를 하러 왔을 때 즈음, 저는 이미 여기서 저를 인터뷰하기로 한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이미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었거든요.
우와, 대단한 집중력이네요. 제가 미국에서 학교 졸업 후 취직에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봤지만 그 정도까지 집중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네요.
맥킨지에서 페이스북으로 회사를 옮기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는 사람 한 명을 통해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소개받아서 이야기하거나 만났었고, 결국 공식 인터뷰를 할 때 즈음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팁이군요. 조용범씨 경력을 보면, 대학 1학년 때 창업해서 6개월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어찌보면 지금의 길트 그룹(Gilt Groupe: 값비싼 명품의 재고를 멤버들에게 파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 비슷한 건데요, 당시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명품을 생산하는 공장들과 좋은 인맥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재고들을 한국에 가져와서 팔면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공장 입장에서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고, 한국 고객들은 명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구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는데 꽤 잘 사업이 잘 되서 돈을 괜찮게 벌었어요.
이 사업을 하며 엔젤 투자를 몇 군데에서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중 한 분이 조직 폭력배에 연관이 있었던거죠. 4개월쯤 지나자 순익분기점을 지나며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날 그 분이 저와 제 사업 파트너를 강남의 한 지하로 부르시더라구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오늘부터 이 회사는 제가 갖겠습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집에 돌아가세요.” 하는겁니다.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려서, 회사를 무조건 넘겨주기로 친구와 합의하고 이 일을 무덤까지 비밀로 갖고 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왔지요.
재미있네요.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이야기인데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요? (웃음)
이제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엉뚱한 걸 하더니 결국 꼴 좋네.”라는 반응을 보이길래 기분이 상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그러던 차에, 미국에 와서 벤처캐피털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우연히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됐어요. 듣더니 그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아마 이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취직 못했을거에요. 그들 입장에서는 창업가들이 VC를 꺼려하고 엔젤 투자자에게 돈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거든요. 저더러 꼭 이 이야기를 다른 창업가들에게 해주어서 엔젤 투자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창업가 입장의 진짜 스토리를 가지고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거네요? 당연히 좋아했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 이야기를 사람들하고 했나요?
페이스북에 와서도 그 얘기를 했죠. 워낙 창업 정신이 강한 회사이기 때문에 사업한 경혐이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거든요.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어썸 스토리(Awesome Story)라며 너무 좋아하죠.
재미있는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요즘 MBA 지원 시즌입니다. 최근에 MBA에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교 졸업 후 약 2년이 지난 지금, 미국 MBA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준다면요?
아까 드렸던 말씀과 비슷한데, 도피성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지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안들어서 유학을 탈출구로 삼는다면, 그것이 과연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하며 인정을 받은 후에, 주변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유학을 격려해주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MBA에서 가장 크게 얻는 것 중의 하나가 다양한 뛰어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학교 생활도 성공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MBA란, 교실에서 교수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 목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어떤 교수가 유명하기 때문에 그 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클래스 동기들을 통해 얻고 배우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거든요.
그 말에 공감이 정말 많이 되네요. 조용범씨가 말한 대로 MBA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분들을 저도 종종 만나거든요. 참, 얼마 전에 TEDxHanRiver라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주최하는 TED 행사에서 키노트 연설을 했었다고 알고 있는데, 주된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왜 우리 나라에서 성공적인 소셜 비즈니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즉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을 많이 보기 어려워요. 요즈음의 소셜이란 것이 정말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 전에는 온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정보 위주였지만, 요즘엔 어떤 행동들을 같이 할 수 있잖아요. 소셜 게임이 그 중 하나의 예이구요. 요즘엔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고, 이제 곧 영화도 소셜 플랫폼 위에서 같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국,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하는 많은 사회적 활동들이 하나씩 온라인으로 옮겨지게 될 것입니다. 이 곳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는 회사들이 참 많고, 그런 회사들이 투자도 많이 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8억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기보다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 큰 것 같아 이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나중에 TEDx 동영상이 올라오면 꼭 봐야겠군요. 이제 조금 더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해볼까요? 좀 추상적인 질문인데, 소셜 네트워크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
소셜 네트워크 개념은 이제 없어진 것 같습니다. 소셜 플랫폼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어가고 있구요, 페이스북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공유를 할 수 있을까입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그런 것을 더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구요. 저보고 3년, 5년 후를 예상하라고 한다면, 그 때엔 페이스북 자체가 인터넷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즉,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어떤 정보이든지,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정보보다는, 자신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됨으로써 그런 정보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크 저커버그의 비전이 그 누구보다 크지 않을까 싶군요. 마지막으로, 회사 일과 별개로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쓰는 분야가 있다면요?
사실 회사 일과 가족이 제일 큰 관심이구요, 그 외에 한 가지 제가 시간을 쓰는 것이 있다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통해 소개 받아 젊고 열정 있는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 분들과 이야기하며 제가 도전을 받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기에 그런 시간이 즐겁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